바늘들/강영은
앞산 비탈을 오르는 잎갈나무 가지 끝
저, 바늘들
바람이 몸통을 지날 때마다 우수수 떨어진다
끊임없이 수액을 퍼 올려 침침한 하늘을
깁기도 했던 그것들
지층 깊은 곳에 뿌리내린 단단한 슬픔을 끌어올려
제 안 어딘가
가늘고 뾰족한 생각의 끝을 만든다
바람이 지날 때마다
몇 음절의 비명을 질러대는 바늘잎 몇 개
저 바늘들은 내 몸의 어둠 뚫고 흘러나간
푸른 별빛의 강물을 깁고 싶었던 걸까
날카로운 이마의 핏줄 돋우어 생의 조각들을
시침질하는 누대(累代)의 삶 속
천 년 전 어머니의 대물림한 바느질 내력으로
강물처럼 깊어진 제 몸의 바람소리
올올이 꿰매는
저, 존재방식이 나를 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