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의 사원
한 알의 사원 /강영은
감나무 가지가 까치밥 하나 껴안고 있다
까치밥이 흘러내린 붉은 밥알 껴안고 있다
판막증을 앓는 심장처럼 옆구리가 터져도
제 몸의 붉은 즙을 비워내지 못하는
저, 까치밥
오랫동안 식솔을 껴안아 온 몸인 거다
까치가 날와와 숟가락을 얹을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 온 밥그릇인거다
나무가 제 몸을 밀어내도
사바세계 얼어붙은 손을 놓지 못하는
한 알의 밥그릇 사원인거다
강영은 시집 『 녹색비단구렁이』,[종려나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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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다리가 성하고 몸을 움직여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라는 물음에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이 행복한가라는 불만을 토로한다 재물을 많이 갖어야 행복하다는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잇기 때문에 성한 몸을 갖고도 불행하다고 인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처럼 삶이 팍팍하고 힘들고 취직 자리 구하기가 힘들수록 더 더욱 그러한 생각을 갖은 사람들이 많다 강영은 시인의 "한 알의 사원"은 그러한 세상에 대하여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이냐?라는 물음 같기도 하다 감나무에 까치밥 한 알 남겨 놓은 그 지극함이 자연의 순리인거다 자연의 순리를 통해 바라보는 사람 세상은 지옥중의 지옥이 아닌가 너, 나 할 것 없이 서로 하나라도 더 많이 갖으려는 욕망이 사로잡혀 덜 갖으면 불행하다는 인식이 얼마나 애처로운가 까치는 그 까치밥 같은 밥알을 쉽게 다 먹어 버리지 않는다 바라보며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한 양식을 얻었기 때문이리라 작은 까치 밥 한 알에 사바세계의 모든 욕망을 버릴 줄 알았다면 그것 만큼 큰 깨달음은 없을 것이다 진정한 깨달음은 배려하고 배풀어야 한다고 한다
감나무가 베풀고 있는 까치밥의 사원에는 사바세계 사람이 진심으로 베풀어주지 않는 마음을 꾸짖는 등불로 매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그 등불 감나무는 해 마다 매달아 놓을 것이니 어찌 우리 삶이 부끄럽지 않겟는가 싶다 이 시를 읽으며 그 부끄러움을 스스로 갖어본다
[출처] 한결추천시메일-1596(강영은 시인作 /한 알의 사원)|작성자 한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