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비단구렁이

장자 연못

너머의 새 2015. 9. 22. 22:07

장자 연못/강영은



두물머리 연못에 연꽃이 피었다기에
연꽃 보러 세미원에 갔지요
연꽃의 발가락을 보듬고 있는 진흙은 보지 않고
붉고 하얀 꽃들만 보았는데요

이마 위에 툭, 얹히는
빗방울 하나

구름의 발가락인 빗방울들이 제 몸 가득
연못을 길어 올리고 있었는데요
둥근 물무늬를 그리며 환한 발바닥을
보여주는데요

한 잎 가득 연밥을 지어 올린
발가락 공양

흙투성이 발바닥을 씻어주는데요
닿지 않는 마음에
수천 송이 연꽃을 피워낸 건
그 때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