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의 새 2015. 9. 22. 22:15

비누論 /강영은


비누는 가스똥 바슐라르의 촛불이다

그 촛불은 조용히 타오르기도 하고 거품 속으로
나를 이끌기도 하고 생각의 때를 벗겨주기도 한다
제 몸을 태우면서 활활 소리 내고 투덜거리고
괴로워하기도 한다

제 몸을 내던지는 존재의 불꽃,
통곡의 벽 앞에서 팔레스타인의 자치지구에서
날마다 타고 있는 촛불들을 보았는가
미끄럽고도 단단한 그 목숨들은 흘러내리는
거품으로 흥건하다

상자 속에 오래 갇혀 있던 비누를 꺼낸다
흐르는 물에 손을 씻으면
가스똥 바슐라르의 촛불, 조금씩 녹아내리는 문장이
불꽃을 향해 달려드는 나방 같은
내 머리통을 감기고 모퉁이 길을 돌아 온
몸의 궤적을 씻어준다

비누가 나를 어루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