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비단구렁이

벌레시인

너머의 새 2015. 9. 22. 22:20

벌레시인 /강영은



쓴다와 쓰다 사이,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밤 골 아저씨의
낫 같은 ㄴ이 있다
그 낫은
길이 잘 든 손을 갖고 있어서

아저씨가 까놓은 알밤들은
울퉁불퉁
반발이 심했지만
맛이 좋았다

잠 안 오는 밤

쓰다와 쓴다 사이,
낫 놓고 니은 자는 더 더욱 모르는 아저씨의
낫,
종결형 어미가 시퍼렇게 달려든다
날카로운 날에 손을 베인다

잘 벼려진 낫날이
붉은 혀가 삼킨 밤 껍데기를 헤집어
꿀꿀이 바구미를 토해낸다

밤새도록 밤을 파먹은
벌레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