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비단구렁이
오르간 연탄을 위한 프렐류드와 푸가 C장조
너머의 새
2015. 9. 7. 00:53
오르간 연탄을 위한 프렐류드와 푸가 C장조/ 강영은
저물어가는 한계령에서 눈보라를 만났어요
눈보라의 어둠 속에 알브레히츠베르거의 손가락이
들어 있는 것 같았어요
봉우리들이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로
흘러내리고 있었는데요
설악과 한계를 잇는 프렐류드와 푸가 C장조에
발목 묶인 나는 휴게실의 유리창 앞에서
당신을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당신의 능선이 오므라들며 근육이 단단해지는 소리 들려요
당신은 한 없이 느리고 고요한 온음표로
움직이고 있었는데요
점봉산 산정 위 눈측백나무처럼
왼손 위에 왼 손, 오른 손 위에 오른 손을 얹은
당신과 내가
16분음표의 구름 페달을 밟기 시작한 그 때
알브레히츠베르거의 손가락이
백색의 연탄곡을 몰아치기 시작했어요
흰 눈의 세상을 완성하려는
한계령 깊은 계곡들이 자라목을 내밀고
눈보라를 휘감기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