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그늘

나비, 날다

너머의 새 2015. 9. 23. 12:53

나비, 날다 / 강영은


나비야, 함평가자. 버스타고 기차타고 봄처녀나비처럼 수줍게, 유리창에 둘러붙은 유리창떠들썩나비에게 눈인사 잊지 말고 넥타이 맨 큰멋쟁이나비에게 아침이슬 한 잔 건네기도 하면서, 높은산지옥나비의 지옥은 높은 산일까, 붉은점모시나비 옷깃에 찍힌 붉은 입술 추적하기도 하면서, 날개의 품질에 대해 입방아 찧는 수풀떠들썩팔랑나비 되어, 칙칙폭폭 기차 끌고 이름 없는 마을 지나 생각의 오지(奧地)지나

마초아칸 숲 속의 제왕나비, 죽음 꽃 피운다는 그 영혼의 날개는 보지 못한다 해도 너와 나는 국내산 나비, 끼리끼리 함평 역에 닿으면, 오래 전 죽은 흰부전나비에게 생전에 못다 한 안부도 나누고 이궁 저궁 합궁하는 멧노랑나비 되거나 유채꽃 모가지에 걸린 가락지나비 되어 둥근 시간 돌고 돌아도 좋으리

나비야, 함평가자. 표본상자 속 갇혀있는 나를 꺼내들고, 밤마다 네 꿈속을 날아다니는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간절함도 전염된다*는 마을의 산굴뚝나비에게 물어보다가 자운영꽃밭에 두 날개 사뿐 접은 내 본적의 숨은 나비꼴을 오솔길 한 쪽에 내려놓고 눈물 많은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고, 눈많은그늘나비. 너에게 내 전생의 날개하나 뚝 ,떼어줘도 좋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