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그늘

병산 수묵화

너머의 새 2015. 9. 23. 13:02

 

병산 수묵화/강영은



어둠이 붓을 친다 병산이 수묵화로 펼쳐진다
먹물 몇 점 떨구며 날아가는 새 한 마리, 풍경 속으로 사라진다

만대루 넘어 가느다란 달빛, 먼 데 바다를 풀어 놓는지
강물을 破墨치는 필선이 우련하다

흐르는 것들은 경계가 없다 담담하다

비워냄으로써 완성되는 수묵 깊이에서
마음만 저 홀로 붉은 낙관을 찍는 것일까

화폭 밖으로 걸어 나간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밑그림도 없고 되 물릴 수순도 없는 첩첩 산, 겹겹 물

한지 밖 그대와 내가 만나는 경계는 골 깊은 먹
굵은 一劃으로도 메울 수 없는 몰골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