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비단구렁이
게발 선인장
너머의 새
2015. 9. 7. 01:01
게발 선인장/ 강영은
게 요리 전문 식당 앞을 지나다 수북이 쌓인꽃게 등딱지,
쓰레기통 속으로 치워지기를 기다리는 선홍색 무더기 속에는
집게발 끝으로 허공을 찢어낸 게발선인장 분盆이
풍성한 꽃 무덤 쌓고 있다
점점이 붉은 꽃 게우고 있는 허공 속 길 따라
파도치는 푸른 스커트 속에서도 집게발 한 쌍이 기어나온다
흔들리는 생을 잡아줄 손, 그 손을 이끌어 줄 팔 하나 없이
탯줄 하나 달랑 매단 불구의 몸을 빚어
트래펄가 광장의 조각상으로 우뚝 선 앨리슨 래퍼*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토르소가 된
그녀와 어린 아들이 트랩을 내려서고 있었던 것인데
그녀를 지탱하는 건 짧고 뭉툭한 두 발뿐이지만
게걸음 마다않고 당당하게 제 몸을 이끌고 있다
속이 꽉 찬 꽃게처럼 그녀,
바람과 햇빛으로 채워진 제 안의 슬픔 넘어
또 다른 세상까지 품을 줄 아는
눈이 하나 더 있는 것일까
파 먹힌 시간 속에서
와디 한줄기 흐르지 않는 사막과
물결치는 바다를 지나온
집게발 끝
뭉텅뭉텅 쏟아낸 꽃 무덤이 붉다
눈부신 통점이다
*앨리슨 레퍼 : 오스트리아 빈의 월드어워드 운영위는 2006년 ‘세계 여성 상’(Women’s World Awards)‘성취’ 부문 수상자로 날 때부터 선천성 질병인 단지증(短肢症) 때문에두 팔이 없어 입과 발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어온 예술가 그녀는 미혼모가 되어 아기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