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의 항아리
해거름 전망대
너머의 새
2015. 9. 23. 13:19
해거름 전망대/강영은
태양이 슬리퍼를 벗어던진 판포리서부터
검은 길
이다
질척해진 길이
두 눈을 뽑아 해변으로 던진다
동공이 파 먹힌 새 한 마리
수평선에 얹힌다
스쳐지나간
날개를 말하는 것은 물빛 젖은 바람, 물색을 본뜬
서풍에 밀려
바다의 밑줄 같은 배 두 척이
지워진다
절실하게 그립지만
절박하게 두려운 것은 마음의
벼랑일까
너를 사랑한 일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그림이었으면
사진이었으면
필기용 책상을 가진
물결 앞에서
낭떠러지를 말하고 나니
어떤 그리움도
죽음마저도
발가락이 식별되지 않는 맨발이어서
한 폭의 바다를 불사른
어둠은 이제
문둥이다
낚싯줄을 드리운 방향에서 돋아나는
일몰을 몰고
너에게
도착한다
손바닥에 금침을 품은
나는
저 물결에
얼룩진 발자국을 내줘도 좋은 것이다
변함없이 친밀한 저녁이 되기 위하여
갯바위에 숨은
한 마리 숭어여도 되는 것이다
귀밑머리 촉촉이 젖는
거기서부터
달빛이 수를 놓는 월령리다
* 제주도 판포리에 있는 카페,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