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의 항아리
초적草笛
너머의 새
2015. 9. 23. 13:28
초적草笛 /강영은
윗입술과 아랫입술 사이 작은 새 한 마리 살았네.
입술을 떨게 하고 심장까지 흔드는 새부리에선
거문고 같기도 하고 비파 같기도 한 선율이 울려나오곤 했네.
귤 잎사귀를 물면 귤꽃 피는 소리, 감 잎사귀를 물면 풋감 여무
는 소리, 갈잎을 물면 갈대 우는 소리
나무가 키우는 온갖 소리가 그 새의 부리에 들어 있었네.
누군가 그 새를 울게 했네.
저절로 우는 몰현금처럼 초라한 입술을 떨게 했네.
살며시 눈을 떠 보니
휘파람새 한 마리 내 입술에 앉아 있었네.
초록빛 다문다문 열리던
나는 그 때, 돌담을 넘고 싶은 모과나무
이 세상 끝까지 가고 싶다고
꼭 한 번 소리 내어 말하고 싶은 네 입술이
내 입술에 날아 와 앉는
봄이면
제일 먼저 휘파람새를 날려보지만
바람은 그저 가만히 또는 세게 혀의 높이를 맞출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