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비단구렁이

소비되는 봄

너머의 새 2015. 9. 7. 01:08

소비되는 봄/ 강영은




지하철 입구로 내려서기 전 통풍구를 보았지?
음흉하고 뜨거운 숨을 내쉬는 바람난 사내들
시커먼 속내 같은 구멍 말이야

그녀*의 스커트를 단숨에 들어 올려
스커트 아래 누웠던 사내들보다 더 유명해진
복제된 바람의 힘 때문에

그곳을 지나던 그녀의 두 손이 깜짝 놀라
스커트 앞자락을 내리 눌렀지만
미끈한 종아리와 부푼 엉덩이 아래 활짝 드러난
그녀의 하초에서
그만, 뜨거운 꽃송이가 터지고 말았대나

섹시한 몸매가 상품이 되는 시대

저것 봐, 목련나무 위 그녀의 스커트가 활짝, 화~알짝,
들어 올려지고 있어
날아갈 듯 희디 흰 스커트 속 불쑥, 드러난

앤디워홀의 손,

비릿한 꽃 냄새에 환장한 통풍구가
여기저기 그녀를 복제하고 있어
지하의 봄을 쏟아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