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등 바다의 등

아르카이크 스마일

너머의 새 2015. 10. 22. 22:41

아르카이크 스마일* /강영은

 

 

 고딕식 미소를 지닌 사내를 알고 있다 

 

 양 끝을 살짝 올린 입매가 선량해 보이는

 조각상의 얼굴을 복원하기 전까지 조각난 얼굴이 얼마나 모호한 죽음인지 알지 못했다

 

차가운 인형인채로 두는 것에 염증이 난 미숙한 조각가가 두 뺨에 별빛을 새기려 했는지 모르지만

 표정이 풍부한 주술적 힘이 입가새겨지는 동안 

 태양의 전차가 대지를 달렸다  

 

 깜빡이는 찰나 모든 것이 불타고 시들해졌다  

 찰나란 별들이 흘러내리는 순간,

 음력의 하늘에 눈물같은 별빛이 어룽거렸다

 

 별들의 무덤, 몇 광년이 지나도 귀환할지 모르는 사내가 눈썹 끝으로 다녀갔다

 여러번 슬픔을 경험하면서 죽음을 깨달은 흡혈귀처럼 내가 아는 어떤 흡혈귀처럼

 죽음을 불사른 입매가 돋보였다 

 

 그의 이름은 베이이의 아폴론, 진화하지 않는 미소의 영원한 버전이지만 

 입 근육이 변하지 않는 주검이 배후에 있는 것처럼  

 

 빛나는 틀을 지닌 사내의

 달콤한 미소를 향해 자들은 연일 알록달록한

 지구를 던졌다

 

 당신의 미소는 신비해요 그러니 당신,

 계속 웃어줘요

 

 

 

*그리스의 아르카이크 조각의 입 주위에 나타나는 미소와 유사한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