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등 바다의 등
기억의 뒤편
너머의 새
2015. 10. 22. 22:55
기억의 뒤편/강영은
기억을 소리내어 불러도 기억은 무리를 이끌고 떠나가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림자처럼
쓸쓸해진 기억은 저무는 하늘로 떠나가네
삐걱거리는 날개가 폭풍의 눈처럼 사라지는 그런 날이면
밤새도록 가랑잎이 몰려다니며
바람의 길 위에 날개 모양의 문신을 새기네
날아가는 깃털만 보아도 헛간 문짝이 덜컹거리는
새벽녘이면
기억은 굴러 떨어진 깃털이 되어 마당 구석구석을 뒤지네
낡아가는 낫의 등뼈처럼
늙어가는 등뼈를 지탱해주는 지팡이처럼
기억은 한 번도 제 앞을 보여준 적이 없다네
나는 기억의 뒤편에서 그리운 그림자를 주울 뿐이네
기억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부메랑
첫사랑, 첫 키스로 날아가는 기러기의 첫 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