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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매미 시편을 들어봤나요/ 한라일보
너머의 새
2015. 11. 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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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출신 강영은 시집 '녹색비단구렁이'

제주출신 강영은 시인이 새 시집 '녹색비단구렁이'를 냈다.
강영은 시인은 시를 통해 자신이 시적인 것을 발견하는 언어의 사제임을 확인한다. 거기다 몸 깊숙이 새겨진 물질성의 흔적을 탐색하고, 존재론적 기억을 더듬는다.
'내 목구멍은 자음과 모음의 엇박자로/ 울음 소리를 흉내낼 뿐/ 매미의 은신처가 되지 못한다// 무엇을 더 비워내야 동안거 하안거 다 지낸/ 저, 소리의 깊이에 닿을 것인가// 매미 빈 몸통에 남아 있는/ 투명한 바람 소리, 매미 시편의 완결편을/ 마음에 쓸어 담는다'('매미 시편'중에서)
땀을 흘리고, 몸 속 가락을 고르고, 마음을 비워내는 과정을 통해 매미 울음소리를 내듯 하나의 시편을 성취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시다. 시인에게 매미 소리는 '피를 토하는 어느 명창의 넋'이다. 이 시편은 시인이 얼마나 시를 꿈꾸고 발견하고 사유하는지의 진정성과 절실함을 드러낸다.
시인은 사물 곳곳에서 시를 본다. '담쟁이'에서 '벼랑 끝까지 기어오르는 기막힌 한 줄의 문장'을 발견하고, '접시 위의 한 문장'에서 '느리게 흘러가는 문장'을 읽어낸다. 모든 사물을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시인이 된다.
몸 속에 깃들여 있는 기억과 감각을 선명하게 재현해내고 있는 점도 이 시집의 특징이다. 표제작인 '녹색비단구렁이'에서 시의 화자는 스스로 녹색비단구렁이가 되어 '천둥번개 치고 비오는 날에' 몸 밖으로 범람하는 강물이 되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그렇게 시인은 미와 추의 속성을 한몸에 지닌 녹색비단구렁이를 통해 생각이 아닌 '생생한 몸'을 발견해간다.
시인은 2000년 '미네르바'로 등단했다. '나는 구름에 걸려 넘어진 적이 있다'등의 시집을 냈다. 종려나무. 8천원.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진선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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