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의 항아리
건달파 하숙생
너머의 새
2016. 3. 7. 19:34
건달파 하숙생/강영은
어느 날 기타를 치던 애인이 말했다
내 눈 속으로 들어와요
함께 있던 건달은 눈 부쳐야겠다고 방으로 들어갔다
눈 속에 내 모습을 모신 애인과
와불이 된 건달 중에 누굴 택해야 하나
눈 속의 방과 눈 밖의 방을 향해 묘책을 세우는 동안
애인과 건달은 사라지고 부처만 남았다
옛날 동해 가에
건달파가 놀던 성을 바라보고 왜군이 왔다고
봉화를 든 일이 있었다는데
솜방망이 활활 타오를 적에
별을 바라보며 허공만 짓던 애인도 사라지고
기타 줄만 고르는 건달파,
열매를 따기 위해 나무를 심는 과수원지기처럼
돌탑을 쌓기 위해 돌을 쪼는 석공처럼
밥 짓는 냄새는 누구보다 잘 맡고
하숙생*은 그 누구보다 멋들어지게 부르는
남편만 남았다
*혜성가 『삼국유사』권5 ‘융천사진평왕대조’편
* 최희준이 부른 대중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