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의 항아리

오늘의 구름같은

너머의 새 2016. 3. 7. 19:36

오늘의 구름같은 / 강영은
 

 노래에 살며 사랑에 살며 날마다 무대에서 죽었습니다
 
 그것이 인생의 전부인 양, 무대 아래에서도 무대 위처럼 살았습니다 살아있는 죽음을 사랑한 것도 죽어 있는 삶을 사랑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태어나지 말라. 죽는 것이 고통이니 죽지도 말라. 세상에 나는 것이 또한 고통이니’* 지문 없는 대사를 온몸으로 읽었을 뿐입니다
 
 긴 연극은 지루합니다. 오늘의 구름 같습니다
 
 지루해서 부르는 노래여, 

 무대 아래로 뛰어내린 구름의 붉은 피는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죽음도 삶도 나의 것이라고 말하는 고통을 거절한 까닭입니까, 내가 나에게 속은 것입니까,
 
 서울지방 상공에 떠 있는 오늘의 구름은 암소입니다
 대가리는 낙타 같고 몸통은 고래 같고 꼬리는 족제비 같은** 구름의 연기는 허망하지만
 
 경전을 실은 수레를 끌고 어제의 구멍 속으로 사라진 사복의 암소**는 어째서 내게 살고 싶다는 보답을 하는 것입니까,
 
                       
* 원효스님의 말씀  
** 연극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오뚜기’ 중에서
*『삼국유사』권4 '사복불언'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