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의 항아리

카자흐의 검독수리

너머의 새 2016. 3. 7. 19:38

카자흐의 검독수리/강영은 
 

한 점의 속도를 베어 무는 야성의 입맛
사라진지 오래  
오직 당신을 기다리네  

​발톱아래 식욕을 내려놓고 당신이 던져 줄
한 점 미끼를 기다리네 
 
한 마리의 죽음 보다 미약한 삶을 
완성된 문장보다 미완성의 한 줄을 
 
기다림에 배부른 나  
 
검은 눈가리개 속에 찢어지지 않는 가죽 더미를 남기고
당신의 어깨로 되돌아가 네 
그것만이 영원한 문장이라는 듯 
 
때가 되면 돌아오는 나의 독수리는
죽은 멧돼지의 내장보다 더 고독한 하늘을 꺼내드네 
그것만이 영원한 검이라는 듯
  
알타이 산맥을 가로지르는 크란크부르트*
고도의 훈련을 마친 문장과 칼은
함부로 살생을 하지 않네
 

* 크란크부르트 ‘최고의 검독수리’라는 뜻을 가진 카자흐족의 언어
* 『삼국유사』 권제3, 흥법 3 ‘法王禁殺’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