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의 새 2015. 9. 7. 01:21

詩人/강영은





천리 밖도 단숨에 낚아챈다는 검 한 자루
둥글게 허공을 베며 난다
차마 고도를 넘어 온 바람에 그리움의
날을 세워보지만
무디어진 칼날은 새털구름에 박혀 서럽게 운다

사랑을 찾아 고도를 높였던 날들은 갔다

지금은 다만 허공무덤을 뒤지는 나날,
어디서 싱싱한 날 것을 만날 것인지
양날에 걸쳐진 새벽이 빛을 잃을 때까지
붉게 물든 구름의 안쪽을 소리 없이 배회 한다

몇 개의 산을 베어넘겼지만 어둠을 가른
날개의 종적은 묘연하다
날개란 더디고 느리게 가르는 검,

한 마리 검독수리가 굶주려 죽는 이유는
움직이는 모든 것을 찰나에 지나쳤기 때문이다.

천 개의 칼날에 토막 난 시공,
캄캄한 절벽에 정수리를 들이박은 하늘
한 귀퉁이가 숭덩 떨어진다
천문박명에 물든 부리는 벌어지지 않는다.

천야만야, 날을 벼리고 천길 벼랑 위로 솟구친
검 한 자루,
절대고독의 죽음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