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시론詩論

성체聖體

너머의 새 2019. 1. 8. 11:03

 

에바 알머슨의 ‘저녁 식사’.

 

성체聖體/강영은

                   

 

 빵이라 부를 때 이것은 존재 한다

 누룩과 불화하는 이것 때문에 상처가 아문다 상처를 길들이는 이것 때문에 나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표정을 지닌다 피와 연합하는 포도주처럼 나의 내면이 뜨거워진다

 ​커다란 다이아몬드의 흠집은 흠집을 깎는 고귀한 감정을 지니게 된다 수축하거나 팽창하는 감정은 존재의 지척(咫尺)을 드러낸다

​ 빵이 되기 위한 밀가루처럼 존재에 선행하는 존재* 뼈에서 떼어낼 수 없는 이것 때문에 나의 식탁은 밀밭이다 

 

 나의 굶주림은 밀밭 위로 날아오르는 새떼가 된다 이 하늘에서 저 하늘로 날아다니는 조직의 지체가 된다 

 

 만일 이것이 밀가루에 국한된 존재라면 쟁반 위에 놓인 한 잔의 포도주와 한 조각 빵은 식탁이 차려준 한 끼니 식사에 불과했으리라

 쟁반 위에 물고기 그림을 그린다 먹고 배부른 까닭을 알지 못 하나 손가락 마디에 푸른 하늘이 스민다

 ​물과 불과 공기가 관계한 한 덩어리 우주, 한 점의 빵 조각을 성스럽게 받든다 ​이것 때문에 나의 신(神)이 존재 한다

*에를르 퐁티<기호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