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의 신작
쓸쓸한 희망
너머의 새
2019. 1. 16. 10:42
쓸쓸한 희망/강영은
그것은
파랑(波浪)과 함께 돌아온다
별일 없었지,
응,
우리는 공원에 내려앉은 새처럼
대답하고
새가 날아간 때를 잊어버린 듯
물에 만 밥을 꿀꺽 삼킨다
잠깐 앉았다 가는
절벽에 기대어 바다 너머를
꿈꾸는 시간
파랑새를 쫓아
먼 나라로 떠난 사람들의 소식은
아직 없지만
잠꼬대 하는 쓸쓸이
가슴팍에 차오르면
낮과 밤이
서로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메아리가 닿지 못하는 가슴 언저리까지
물결치는 소리
파랑새는
가끔 파란(波瀾)을 훔쳐
상자 속에 담아 두지만
우리는
파란 물감이 빠진 새를
상자에서 꺼내어
날려 보낸다
『시인동네』 2018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