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의 신작

돌침대의 노래

너머의 새 2019. 3. 7. 22:25


돌침대의 노래/강영은

    

불타는 나무들과 헤어지는 연습을 되풀이 한다

납작한 돌덩어리에 팔 다리를 우겨넣은 빌레못 동굴처럼

 

숲의 불분명한 꼭대기에서 들리는 노래 소리

낙엽에서 풍기는 썩은 냄새

아침부터 저녁까지 들판에 타오르는 연기 같은 

그 모든 것들을 

내게 돌아온 발목과 손목으로 치부하면서 

 

나는 다만, 돌이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의심 많은 판석(板石)위에 눕는다

 

차디차게 식어가는 순간을 응시하는 건

나의 유일한 진정성,

타오르는 하나의 형상을 건지기 위해

나는 마침내 침대가 되리라

익숙하게 바닥을 차지한 나는 서서히  살아나리라

 

화석이 된 나를 허공 아래 누이고 

침대가 되는 연습을 한다

매몰된 동굴 입구에서 발갛게 타올랐던 숯불처럼

살아있는 연습을 한다

 

뻗쳐오르는 여름 한낮, 한 줄기에 핀 문장을 쓴다

꽃과 가시를 한 몸에 처박은 들장미처럼 

여기까지 온 시간의 바닥에 붉게 핀 얼굴을 흩뿌리면서


『현대시학』 2019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