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의 신작

남겨진 자

너머의 새 2019. 4. 1. 12:30


남겨진 자/강영은

 

 

밤이 납덩어리인줄 모르고,

 

당신과 나는 별 떨기를 세고 있었다

별빛에 목을 맨 나비처럼

 

당신은 당신이 입은 스웨터를 올올이 풀고

내가 모르는 밤하늘로 날아갔다

 

언제 생겼지

, 커다란 물웅덩이

 

파문(波紋)조차 없이 나는 다만 새까맣게 변한 얼굴로 

속눈썹 같은 것이, 자귀나무 붉은 꽃잎 같은 것이 떠 있는 물웅덩이를 본다

 

깨어진 수은주(水銀柱)처럼

언제까지나 수은 번지는 웅덩이를 보고 있었다


밤이 납덩어리인줄 모르고,

『서정시학』 2019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