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의 새 2022. 2. 24. 18:43

 

 

음치(音癡)/강영은

 

 

 

  야영지 한구석에 놓인 노래방 기계가 유행가 가락을 뽑아냅니다. 제 몸이 기계인 것도 모른 채 구곡양장의 음절을 넘는 노래 소리가 밤 강물입니다. 저장된 물결이 강물을 밀고 간다는 걸, 저, 쇳덩어리도 아는 걸 까요, 구겨졌다 펴지는 곡조가 물고기비늘 같아 미늘을 문 마음이 서러워집니다. '어제는 울었지만 오늘은 당신 땜에, 내일은 행복할거야'* 출렁거리는 기계음 속으로 달빛도 동전만한 혓바닥을 집어넣습니다.

 

  악보 없는 허공을 바루는 동안 목젖이 아파 옵니다. 귀의 절벽에 매달린 바보여서가 아닙니다. 울고 웃는 입술이 내 마음 어딘가에 있는 까닭입니다. 가느다란 음절에 입을 여는 돌멩이도 비탈에 목젖을 묻은 소나무도 저마다 소리 내고 싶은 저녁이어서 흐르는 노래에 저당 잡힌 강변은 이제 희디흰 오선지입니다. 낮은음자리표에 걸린 별빛이 어제 보다 일찍 당신이라는 벼랑을 지웁니다.

 

  그대여, 강물 속으로 별빛이 가라앉으면 전화 드리겠습니다.

 

 

*가수 심수봉의 노래 중에서

 

「 다층문학동인지」 제64권 초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