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의 신작
사구(沙丘) 이야기
너머의 새
2022. 3. 31. 13:49
사구(沙丘) 이야기/ 강영은
바닷가 폐가를 지나다 쪽잠 자는 여인을 보았다 파도의 칭얼거림을 받아주는 모습이 실퇴*에 웅크린 나무쩍지 같았다
도끼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축축이 젖은 몸맨두리엔 파도가 부려놓은 물결무늬가 어룽져 있었다
여인의 길고 가느다란 머리카락은 해초처럼 풀어져 모나고 날카로운 돌을 몸것인 양 끌어안고 있었다
낡은 햇살이 맹세의 서약으로 주고받았던 금가락지처럼 여인의 손가락에 걸려 있었다
집터서리 너머 지척을 달구던 물결 소리가 별안간 놀라 따끔하게 울리는 목담을 부수며 바다로 갔다
여인의 목구멍에선 흐느끼는 파도 소리가 새어나왔다 파도는 자꾸 모래 알갱이들을 뱉어냈다
물금 너머 어두운 물결이 마득사리**처럼 밀려오고 밀려갔다 부서진 마음이 묵돗줄되어 물이랑을 나르는 걸까,
밀려갔다 밀려오는 통주저음의 노래가 모래가 되었을 때, 시간의 목구멍을 모르는 사람들은 여인을 다만, 모래 무덤이라 불렀다.
*실퇴: 썩 좁게 놓은 툇마루. **마득사리 : 노래의 장단을 맞추는 소리.
『한국시인』 2022년 vol, 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