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의 신작

시간의 연대(連帶)

너머의 새 2023. 9. 5. 09:23

 

 

시간의 연대(連帶)/강영은

 

 

돌 위에 돌을 얹고 그 위에 또 돌을 얹어

궁극으로 치닫는 마음

 

마음 위에 마음을 얹고 그 위에 또 마음을 얹어

허공으로 치솟는 몸

 

돌탑은 알고 있었다

한 발 두 발 디딜 때마다 무너질 걸 알고 있었다

무너질까 두근거리는 나를 알고 있었다

 

그건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므로

조그만 돌멩이를 주워

마음의 맨 꼭대기에 올려놓았다

태어나기 전의 돌탑을

태어난 이후에도 기다렸다

한 곳에 머물러 오래 기다렸다

돌멩이가 자랄 때까지

돌탑이 될 때까지

『현대시』 2022년 10월호 ‘현대시가 선정한 이달의 시인’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