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그늘
지붕과 바닥의 연계성에 대한 고찰/강영은
너머의 새
2024. 1. 20. 17:00
지붕과 바닥의 연계성에 대한 고찰/강영은
-나의 태양이 밤에도 빛날 수 있다면 색채에 물들어 잠자겠네-샤갈
도시 위에서* 나, 지붕 위로 한 발을 내디뎠네 한 순간 지붕이 환해졌네 발은 가깝고 지붕은 멀었네 허공이 붕 뜨고 지붕이 꺼졌네 길이 사라졌네 지상에 포물선이 사라졌네 더 이상 사라질 것이 없었네
청람 빛 스커트가 펄럭이며 날았네. 몸뚱이를 벗어던지고 어디론가 한없이 날아갔네 성당의 종탑이 나를 뚫고 지나갔네 푸른 언덕과 우리 속에 잠든 양떼와 광장에서 떠드는 사람들이 내 몸을 통과했네
내 몸에서 핏줄기가 흘러 나왔네 핏자국이 바닥을 물들이는 동안 차디찬 바닥이 나를 끌어 당겼네. 바닥에 드러누운 내 그림자가 어둠을 애무했네 어둠이 눈동자에 복사되었네 슬픔이 블랙으로 현상되었네
나, 그때 모든 도시가 색채에 물들어 잠드는 줄 알았네 밤이 무중력 상태라는 것을 알지 못했네. 바닥이 지붕의 가설무대라는 것을 알지 못했네
나는 내가 달빛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