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의 신작

눈물은 공평하다

너머의 새 2024. 9. 24. 15:52

눈물은 공평하다/ 강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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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났을 때 승자도 패자도

눈물 흘렸다.

땀으로 얼룩진 표정을 닦는 척,

수건에 감정을 파묻고

꾹꾹, 목울대를 치받고 올라오는

울음을 눌렀다.

양팔을 높이 쳐든 승자는

메달을 가져갔지만

텅 빈 손을 내려다보는 패자에게도

메달은 있었다.

시간이라는 메달!

승부는 다만 순간 속에 녹여낸 사물일 뿐

딱딱한 기쁨을 목에 걸었다고

시간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물컹한 슬픔을 손에 쥐었다고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시간은 안다.

그 공평함이 세상을 걷게 한다는 것을

흐르지 않는 시간 있어

눈물이 한 생을 완성하는 그때

이슬처럼 영글게 하는

그 공평함이 신의 은총이라는 것을

먼 길 걸어본 당신과 나는 안다.

『신동아』 2024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