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의 신작
당신의 결심
너머의 새
2024. 12. 22. 14:57

당신의 결심/강영은
지키기 힘든 마음자리에 놈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나의 전유물인지 당신의 자존심인지 어떻든 어떻게든 지켜야 할 존재 같아서 일인칭인지 이인칭인지 마음을 뺏긴 적이 하도 많은 존재 같아서
놈의 입술에 키스한다. 놈의 입속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지킬 수 없는, 그러나 지켜야 하는 연기(煙氣)의 말,
구겨진 종이를 펴지 못해 헤매는 손처럼 미망(迷妄)으로 가득 찬 이 비문(非文)이 당신의 결심이었나,
그렇다고 당신 것만은 아닌,
밑 빠진 항아리 속을 빠져나가는 생쥐처럼 죽이기도 어렵고 살리기는 더욱 어려운 마음의 실체
마지막이야, 정말, 마지막이야!
식탁 위에 남은 한 조각 케이크처럼 입술에 담기는 다정한 말에 방심(放心)을 선택한 나의 무심(無心)은 당신을 그저, 놈이라 부른다.
『문학청춘』 2024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