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의 신작

나의 두개골

너머의 새 2025. 3. 3. 15:22

나의 두개골/ 강영은

 

 

나의 두개골은 나를 자주 잃어버린다.

 

사탕으로 가득 찼던 비닐봉지가 텅 빈 것처럼

무릎걸음으로 기어가 쏟아지는 사탕들을 줍던 날도 있었지만

 

더 이상 되돌아올 사탕이 없어 밀려드는 고통

나의 두개골은 제가 시인이라는 걸 모른다.

나는 두개골에 너무 골몰했다.

나비를 날려 보내고 꽃을 피우는 쓰레기통처럼

두개골은 나를 너무 소모했다.

쓰레기통을 뒤지고 물건을 훔치고 사람을 죽이는 일처럼

두개골은 너무 많은 나를 가졌다.

 

삐걱거리는 마루뼈/숭숭 구멍 뚫린 벌집뼈/딱딱한 날개를 지닌 나비뼈/자주 통증을 느끼는 뒤통수뼈/신경질적인 관자뼈/없는 자존심 세워주는 코뼈/슬픔을 저장하는 눈물 뼈/납작하게 웃고 있는 광대뼈,

 

나의 두개골은 고통의 뼈로 채워졌다.

 

네가 훔쳐 갔니?

내가 가진 두개골은 나의 고통을 의심한다.

달콤한 기억만 남은 두개골이

내가 만든 상상이라면

 

두개골 속의 시인을 죽이는 것 외엔

나를 살릴 방도가 없다.

-『시와 경계』 2024년 겨울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