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초의 그늘

바람의 금지구역

by 너머의 새 2019. 7. 17.

 

바람의 금지구역/강영은   

 

 

 

  바람의 행보는 벼랑을 넘으면서 시작된다.관계의 사이에 서식하는, 사랑합니다, 사랑합시다, 라는 종결형 어미에 대하여  

 

  행간에 머리를 들이민 바람의 눈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문장은 마른 풀 쓸리는 벌판, 수백만 마리의 새떼가 날아가는 장면은 그 다음에 목격된다  

 

  고도 높은 울음이 통과할 때마다 피기를 반복하는 북북서의 허공을 바람은 꽃으로 이해한다

 

 사타구니를 오므렸다 펴는 바람의 편집증에 대하여 여러 번 죽어본 새들은 안다 허공은 날개가 넘어야할 겹겹 벼랑이라는 것을  

 

 서녘 하늘에 붉은 꽃반죽이 번진다. 허공에서 베어 나온 꽃물이라고, 당신은 바람의 은유를 고집한다. 내가 잠시 벼랑 너머를 바라본 건 그때였을 것이다  

 

 금지된 허공을 넘은 새들의 무덤이 벼랑 끝에 걸려 있다. 바람은 벼랑을 끝내 읽지 못 한다

 

 

 

   

 

 

격월간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2010, 1-2월호 , 시집 『최초의 그늘』 에서

 

 

 

 

 

 

 

 

 

 

 

■시적언어가 중시되는 시에서는 개별 이미지들이 느슨하게 연계되는 특성을 보인다. 시어나 시행 단위의 이미지들은 같은 시편의 다른 이미지들과 문면 맥락적인 연계성이 희박하다. 이때 시적 자아의 어조는 주관적 가치 판단을 배제한 채 가시적 객체들의 표면적 형상에 관심을 보인다. 필수불가결한 문면 혹은 상황 맥락적 의미 구조에 의해서가 아니라 표면적인 이미지의 연합 형태로 나타난다. 

 

 

 

'최초의 그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미 탁본  (0) 2020.12.16
피아노  (0) 2019.08.20
우는 화살  (0) 2019.07.17
말의 후손  (0) 2015.09.23
파벽의 사원  (0) 201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