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과의연애1 저녁과의 연애/ 저녁과의 연애/강영은 저녁의 표정 속에 피 색깔이 다른 감정이 피었다 진다 보라 연보라 흰색으로 빛깔을 이동시키는 브룬스팰지어자스민처럼 그럴 때 저녁은 고독과 가장 닮은 표정을 짓는 것이어서 팔다리가 서먹해지고 이목구비가 피었다는 사실을 잠시 잊는다 여럿이 걸어가도 저녁은 하나의 눈동자에 닿는다 빛이 굴절될 때마다 점점 그윽해져가는 회랑처럼 그럴 때 저녁은 연인이 되는 것이어서 미로 속을 헤매는 아이처럼 죽음과 다정해지고 골목이 점점 길어지는 것을 목격하기도 한다 화분이 나뒹구는 꽃집 앞에서 콜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당신이 생각나기도 한다 내일이면 잊혀 질 메모지처럼 지루한 시간의 미열처럼 그럴 때 저녁은 연애에 골몰하는 것이어서낡은 창틀 아래 피어 있는 내가 낯설어진다 어느 저녁에는 내가 없다이내 속.. 2022. 2.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