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강영은 시인3

산수국 통신 산수국 통신/강영은 ​ 길고 좁다란 땅을 가진 옆집에서 길고 좁다란 닭 울음소리가 건너옵니다. 길고 좁다란 돌담이 젖습니다. 길고좁다란 돌담을 꽃피우고 싶어졌습니다. 길고 좁다란 돌담 속에서 길고 좁다란 뱀을 꺼냈습니다. 길고 좁다란 목에게 길고 좁다란 뱀을 먹였습니다. 길고 좁다란 목을가진 닭울음소리가 그쳤습니다. 비 오는 북쪽이 닭울음소리를 훔쳤겠지요. 길고 좁다란 형용사만 그대 곁에 남았겠지요.​ 비 개어 청보라 빛 산수국 한 그루 피었습니다. 그대에게 나는 산수국 피는 남쪽이고 싶었습니다.   『월간문학』 2016년 6월호 2022. 2. 24.
성체聖體 성체聖體/강영은                     빵이라 부를 때 이것은 존재 한다​ 누룩과 불화하는 이것 때문에 상처가 아문다 상처를 길들이는 이것 때문에 나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표정을 지닌다 피와 연합하는 포도주처럼 나의 내면이 뜨거워진다​ ​커다란 다이아몬드의 흠집은 흠집을 깎는 고귀한 감정을 지니게 된다 수축하거나 팽창하는 감정은 존재의 지척(咫尺)을 드러낸다​​ 빵이 되기 위한 밀가루처럼 존재에 선행하는 존재* 뼈에서 떼어낼 수 없는 이것 때문에 나의 식탁은 밀밭이다   나의 굶주림은 밀밭 위로 날아오르는 새떼가 된다 이 하늘에서 저 하늘로 날아다니는 조직의 지체가 된다   만일 이것이 밀가루에 국한된 존재라면 쟁반 위에 놓인 한 잔의 포도주와 한 조각 빵은 식탁이 차려준 한 끼니 식사에 .. 2019. 1. 8.
동물성 일러스트 강일 그림 출처.........-『서귀포』제5호 서귀포시 문화예술을 말하다 동물성 강영은 ​ 구분되지 않는 우리를 무리라 부른다 당신과 헤어지면 나는 나라는 개인個人, 나를 꽃잎이라 부르면 당신은 바깥쪽은 무르고 속은 단단한 꽃잎 당신이 내게 보석이면 당신의 탄생시킨 나는.. 2018.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