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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의 신작

시계의 미래

by 너머의 새 2025. 1. 1.

 

 

 

 

시계의 미래/강영은

 

 

지나간 것은 지나갔을 뿐이에요.

지나간 줄 모르고

지나간 것에 매달려 있다면

시계가 아니겠죠.

시계는 알아요.

강물이 마침내 하늘로 흐른다는 걸

당신은 나를 기다리지 말아요.

자꾸 떠나가니까요.

당신이 온다 해도 나는 떠나가겠죠.

그러니 시계겠죠.

한밤중에 시계는 홀로 울겠죠.

사랑과 이별에 내일이 없다고,

끝없이 재생되는 어제 속으로 돌아가겠죠.

당신과 나는 고장 나겠죠.

당신이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다 해도

멈추지 않고 우는 일,

그것이 시계가 꿈꾸는 일이겠죠

마음의 분침과 초침을 믿어 봐요.

내일의 시계가 내일의 세계가 될지

시계가 걸어가는 그곳이

내일의 세계겠죠.

고장난 시간에 붙잡히지 않는

시계의 미래겠죠.

 

- <시와 경계> 2024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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