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란/강영은
비바리는 제주에서 자생한 꽃이다
제주의 흙 속에 묻힌 진짜 뿌리가 아니면
잎과 줄기를 쉬이 허락하지 않는 꽃이다
진짜를 흉내 내는
가짜 뿌리는 어느 곳에나 있고
아마존 유역에는 몇 개씩 달고 다니는
부족도 있다지만 뿌리 행세를 하는
가짜가 피우는 것은
태어난 곳을 잃어버린 헛꽃이다
비바리는 바다를 길들이는 고래를 꿈꾼다.
외로울수록
차고 높은 호흡을 내 뿜는다.
이어도를 바라보는
꽃은 그렇게 살촉을 매단다
도시마다 그녀를 복제하는
꽃집이 있다지만
손돌이추위 속에서도
거친 숨소리를 내뿜는 선돌 앞이나
고래 심줄 같은 물줄기가 등을 껴안는
돈내코 부근에 가면
암노루처럼 보짱한 그녀들을 볼 수 있다
사철 푸른 나무들이 꼿꼿이 서 있는
해발 900미터,
눈속을 달리는 두 다리가 섬 밖으로
치우치지 않는 그곳이
그녀들의 북방한계선이다.
마고의 항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