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박물관/강영은
누가 이곳에다 소리를 가둔 것일까.
내 몸
소리의 행방을 찾아 바닷가 모랫길 지나 언덕 위로 오른다.
커다란 귀를 가진
붉은 벽돌집을 열었을 때
파도 위에 파도가 엎어지는 소리, 파도의 껍질 벗겨지는 소리, 파도의 무릎 끼리 부딪히는 소리,
망사리 가득
자연산 슬픔을 채워오던 어머니의 들숨 날숨을 내려놓는 것인데
바다를 향해 몸을 구부린 언덕의 구부정한 어깨며 소나무의 완강한 팔뚝이 왜 그토록 그 소리를 붙들고 있었는지
벼랑에 부딪힌 소리,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가지 못하고 왜 다시 돌아오는지
오래된 고막의 내피를 들추고 모래를 퍼내던 그때였을까,
세상의 모든 파도 소리를 끌어안은
당신의 몸이
소리박물관임을 알았던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