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정원*/강영은
한 그루 나무도 두 그루 그늘도 생각에 잠겨 있네
손가락을 괼 턱은 없지만
바이칼 호수도 태산도 생각 속에 들어 묵상중이네.
하나같이 가부좌 튼 부처들이네.
누군가의 생각을 함부로 만지거나 평가하지 말라고,
팻말 부처는 중지를 펴 생각의 방향을 가리키네.
철사 줄에 묶여 있는 주목부처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생각의 모양을 지키고 있네.
굽히지 않는 생각 쪽으로 초록이 무성하네.
초록이 생각의 정원이어서
생각하는 정원의 나무들에게 시든 생각이 없네.
초록이 생각의 빛깔이어서
생각하는 정원의 사람들은 초록빛으로 물드네.
몸 안으로 흘러든 시간이 어떻게 지렛대가 되는지
아름다운 가지를 지닌 생의 모습은
뺨을 맞거나 어깨 짓밟힌
시간 속에서 걸어 나왔네.
싱싱하게 뻗은 결의는 구부러진
시간 속에서 걸어 나갔네.
세상을 한 손으로 괸 반가사유상도
제 몸의 직선을 구부린 후에야 미소를 띠었네.
여기까지 온 마음이 생각하는 정원이네.
여기까지 온 몸이 한 그루 분재네.
* 제주도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분재를 테마로 한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