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돌 /강영은
제주에서는 죽은 돌이 산 사람을 지킨다
진펄 같은 검은 몸체는 한 덩어리 죽음에 불과하지만 화산
이 베껴놓은 크고 작은 화첩이어서 생이* 날개에 뱀 모가지를
얹혀 전설을 부풀리거나 제주꼬마팔랑나비가 넘나드는 유곽
이 되기도 한다
가까이서 보면 한 번도 소리 내어 울어본 적 없는 가슴팍, 올
망졸망한 자식들을 떠나보내는 갯가의 돌덩이들은 늘 젖어 반
지르르하다
먼 바다에 바람이 일 때면 칭얼대는 파도를 끝없이 안아주는
황홀한 그늘, 뜨거운 불길에 눈도 코도 입도 녹아내린 몸
뚱어리는 아랫뜨르* 과수댁을 품은 돌하르방으로 서 있다
무너질 때 산목숨보다 더 크게 소리 내는 돌 더미는 죽은
돌이 아니다
태풍이 불때마다 복숭아 뼈까지 주저앉히는 아버지, 석탄
더미 같은 돌무덤 앞에서 나는 매번 발이 고꾸라져 어깨를 들썩이
는 것인데
돌에서 왔다가 돌로 되돌아간 죽은 뼈들이 만 팔천名의 神*을
불러오는 것인지
제삿날에는 산 사람이 죽은 돌을 지킨다
*생이/새, 아랫뜨르/ 아랫마을..........제주방언
*만 팔천名의 神......제주의 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