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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의 항아리

제주, 겨울 비

by 너머의 새 2015. 10. 22.

제주, 겨울 비/강영은 

 

 

 

 거기엔 첫눈 온다는데 여긴 비 내리네 첫눈이 되지 못한 비,

여기 내리네  

 

 빌레못동굴 속에 앉아 거기 내렸던 비의 표정을 바라볼 뿐

인데 음정 높은 콧소리로 주하는 첫눈의 환호작약, 흰 작

약처럼 거긴 거리가 활짝 피네  

 

 초대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촉감의 간격, 십초 동안 택한 저

세상처럼 뒷 잔등을 버린 지

 오래인 비가, 비가처럼 리는데 나의 부는 눈과 비

를 헤매네

  

 여긴 언제나 첫눈이 없지 함께 미끄러질 사람이 없지

  

 오래 전 죽은 얼굴을 꺼내 첫눈 내렸던 언제인가를 생각해

보네 비양도차귀도 사이 앉은 구름처럼 추억이 되지

못한 간극을 생각하네

 

 거기 없는 나와 여기 있는 나, 이어폰을 꽂은 나와 나 사이

거리가 있네 눈썹래 수위가 높아지네

 

 비가 와도 젖지 않는 바다, 나는 언제나 내리서 녹는 눈송

이로 네게 닿고 싶었네 그래, 그래, 나는 떠도는 공기와 물 아

니, 아니, 허공의 틈새를 채우는 첫 (目) 

 

 흘러내리는 슬픔을 딛고 따뜻한 흙 속으로 스며드네 갯가

멩이들이 희게 번지는 눈자위를 지켜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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