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본적/강영은
난 늘 발이 꼬였어요내내 넘어지며 산거죠 총상화서의
길이 수만 갈래 생각을 낳았거든요
꼬이고 꼬인 등줄기 아래 칡 싹이 돋아났지만 라일락과 장
미의 계절, 칡과 등나무가 얽힌 비문을 읽지 못한
난 나비 한 접시를 주문했죠
공원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비비꼬인 슬픔이 끝났으면 날아
온 거리만큼 날개를 내려놓았으면
나비를 주문하자 벌이 따라왔죠
세상의 모든 꽃들은 무한차례, 이 꽃 저 꽃 날아다니는 벌
의 방식에서 보면 등과 등이 얽힌 뿌리에서 피고 지는 같은 운
명을 지녔겠죠?
누군가 떠나가고 누군가 찾아오는 모년 모일처럼 누가 누
구의 꽃이랄 것도 없이 칡과 등나무가 그저 고른 간격으로 눈
뜨는
여긴 내가 속한 곳, 내 세계
한장면이 다른 장면으로 건너가는 것처럼 벌과 나비를 구
분하지 못한 오늘은 내가 갈등葛藤이에요
태어나려는 육체의 세계에서 죽음과 상실의 고통을 겪은
그러니까 나는, 무수한 발자국인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