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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의 뉴스

이 아침을 여는 시

by 너머의 새 2015. 11. 19.

오래 남는 눈 / 강영은
 

  뒤꼍이 없었다면, 돌담을 뛰어넘는 사춘기가 없었으리라 콩당콩당 뛰는 가슴을 쓸어안은 채 쪼그리고 앉아 우는 어린 내가 없었으리라 맵찬 종아리로 서성이는 그 소리를 붙들어 맬 뒷담이 없었으리라 어린 시누대, 싸락싸락 눈발 듣는 소리를 듣지 못했으리라 눈꽃 피어내는 대나무처럼 소리 없이 눈 뜨는 푸른 밤이 없었으리라 아마도 나는 그늘을 갖지 못했으리라 한 남자의 뒤꼍이 되는 서늘하고 깊은 그늘까지 사랑하지 못했으리라 제 몸의 어둠을 미는 저녁의 뒷모습을 알지 못했으리라 봄이 와도 녹지 않는 첫사랑처럼 오래 남는 눈을 알지 못했으리라 내 마음 속 뒤꼍은 더욱 알지 못했으리라.

 

 

 


시집 <녹색비단구렁이>(종려나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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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청주간
뒤꼍'을 사랑하고 그‘뒤꼍’을 유심히 바라보는 시인이 여기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앞 마 당만을 자신이라 내세우고 사는 시대에 자칫하면 잊고 살수도 있는 ‘뒤꼍’의 효용과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성찰해내고 있습니다. ‘한 남자의 뒤꼍이 되는 서늘하고 깊은 뒤꼇’을 터득하게 되는 혜안 도 그렇습니다만 ‘봄이 와도 녹지 않는 첫 사랑처럼 오래 남는 눈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새로운 삶의 활력일 수 있겠습니다.  (이 건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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