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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의 뉴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by 너머의 새 2019. 1. 16.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낙엽은 나무의 말

<120> ‘빈 의자’ 강영은(시인)

 

 

디카시란 디지털 시대, SNS 소통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詩놀이이다. 언어예술을 넘어 멀티언어예술로서 시의 언어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이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하고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문자로 재현하면 된다. 즉 ‘영상+문자(5행 이내)’가 반반씩 어우러질 때, 완성된 한 편의 디카시가 된다. 이러한 디카시는, 오늘날 시가 난해하다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시와 독자 간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대중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에 충분하다. 

 

맞다, 낙엽은 나무의 소리였다. 이제야 시인의 눈으로 일깨워준 소리들을 듣는다. 아득히 살아나는 것들이 있다. 내가 다 아득해진다. 소리는 듣는 것이라고만 생각해온 인식이 나를, 우리를 여타의 것들로부터 가둬놓게 되었던 것이구나. 비로소 계절의 끝자락이자 생의 8부 능선에서 돌아보게 되는 것들, 듣지 못했던 것들과 넘치도록 들었던 것들뿐이거나 불필요하게 허비해버 린 것들과 정작 하지 못했던 것들의 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는 낙엽을 보며, 낙엽 쌓인 거리를 보며 쓸쓸해지던 이유를 안다. 그립다… 보고 싶다…사랑한다… 나는 이 가을 누구의 의자로 남을까, 를 곰곰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머니투데이 2015년 10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