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자/강영은
밤이 납덩어리인줄 모르고,
당신과 나는 별 떨기를 세고 있었다
별빛에 목을 맨 나비처럼
당신은 당신이 입은 스웨터를 올올이 풀고
내가 모르는 밤하늘로 날아갔다
언제 생겼지
이, 커다란 물웅덩이
파문(波紋)조차 없이 나는 다만 새까맣게 변한 얼굴로
속눈썹 같은 것이, 자귀나무 붉은 꽃잎 같은 것이 떠 있는 물웅덩이를 본다
깨어진 수은주(水銀柱)처럼
언제까지나 수은 번지는 웅덩이를 보고 있었다
밤이 납덩어리인줄 모르고,
『서정시학』 2019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