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에 대하여/강영은
내 몸속에 서천꽃밭이 들어있다. 이름도 낯선 도환생꽃, 웃음웃을꽃, 싸움싸울꽃들로 만발하다. 깨어진 화분에 몇 포기의 그늘을 옮겨 심는 나는 그 꽃밭을 가꾸는 꽃 감관
꽃 울음 받아 적는 저물녘이면 새가 날아가는 서쪽 방향에 대해 붉다, 라고 쓴다. 산담 아래 흩어진 깃털에 대해 쓴다.
불에 탄 돌덩이가 기어 다니고 느닷없는 바람 몰아치는 곳, 언제부터 섬이었는지 활화산을 삼킨 내가 그 꽃밭의 배후여서 웅크린 섬의 둘레에 어두워가는 바다가 들어 앉았다.
새를 꺼내보렴 너를 볼 수 있을거야, 새를 새로 꺼내는 파도 속에서 나는 나로부터 가장 가까운 새를 만진다. 어둠이 무거워 날지 못하는 새
저 혼자 웃고 우는 싸움질까지 하는 거기서부터 내 몸이 천국과 지옥으로 나누어진다. 몸이란 지상에서 가장 가까운 꽃밭, 나의 神은 그곳에 가장 큰 저승을 들여 놓았다.
『애지』 2014년 겨울호
2015년 『좋은시』 (삶과 꿈)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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