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너머의 리뷰

[영상시]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by 너머의 새 2019. 6. 21.


    


 [영상시]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강영은


https://www.youtube.com/watch?v=-vYkXn7uFv4&t=49s 


 위 주소를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강영은

  

당신은 나를 건너고 나는 당신을 건너니

우리는 한 물빛에 닿는다

눈발 날리는 저녁과 검은 강물처럼

젖은 이마에 닿는 일

떠나가는 물결 속으로

여러 번 다녀온다는 말이어서

발자국만 흩어진 나루터처럼

나는 도무지 새벽이 멀기만 하다

당신의 표정이 흰색뿐이라면

슬픔의 감정이 단아해질까

비목어처럼 당신은 저쪽을 바라본다

저쪽이 환하다

결계가 없으니 흰 여백이다

어둠을 사랑한 적 없건만 강둑에 앉아

울고 있는 내가 낯설어질 때

오래된 묵향에서 풀려 나온 듯

강물이 붉은 아가미를 열고

울컥, 물비린내를 쏟아낸다

미늘 하나로 당신은 내 속을 흐르고

나는 당신 속을 흐른다.

 

 시집 <풀등, 바다의 등>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