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강영은
솔직히 말한다.
나는 네가 먼 별로 떠난 것을 믿지 못한다.
지구가 푸른 유리구슬 같다고 우주선을 탔던 사람들이 돌아와 말했을 때
너와 나는 지구에 불시착한 바이러스라고,
그러니, 떠난다는 말은 하지 말자고, 바이러스 천국을 용서했잖니?
솔직히 말하자.
나는 너를 볼 수 없고 너도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
힘내, 라고 위로해봐도 나는 너에게 따뜻한 서정시 한 편 건네기 어렵고
사랑해, 속삭여 봐도 너를 사랑한 일이 거짓인 것만 같다.
기다림의 정서는 풀만 무성한 벌판, 기다리는 방식은 풀피리가 되는 일,
묻는다. 들판에 퍼지는 풀피리 소리가 너는 좋으냐,
솔직히 말한다.
햇살은 어제보다 더 투명해지고
여름에서 가을로, 새를 날려 보낸 나무는 계절을 새로 만드는데
근황의 세계는 기다림이 시드는 세계, 서정이 사라진 세계여서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가 토질 나쁜 땅을 가리키고 있”*을뿐,
*브레히트의 詩,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는 불가능하다’에서
『시와 정신』 2021년 가을호 ,마지막 연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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