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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그늘

키스의 남방 한계선

by 너머의 새 2015. 9. 23.

키스의 남방 한계선/강영은



정체불명의 바람과 입 맞춘 날, 누구의 입술이
입술 속에 들어 있었나

키스가 끝났을 때 사시나무 떨듯 오한이 왔네
한 밤중에 선인장 꽃 같은 열꽃이 피고 멕시코 만을
건너온 구름의 음모라고, 당신은 해석하네

목구멍 속의 기류를 판독하는 건 죽음이 허락한
유일한 오류?

단백질 포크가 입술을 찍었을 때 당신,
플라야 선인장 가시 같은 바람의 혀를 삼켜 보았나
선인장 가시를 삼키는 혀가 긴 파충류, 타미플루를
복용해야 완치되는 독성 강한 키스에
감염되어 보았나

끈적거리는 기류가 흘러내리는 길 약국 앞
후박나무가 때 이른 손을 흔들고 있네
유행에 민감한 이웃집 아가씨는
노란색 마스크를 쓸까 분홍색 마스크가 어울릴까,
고민 중인데

키스를 해 본 사람은 알지, 잘라도 잘라버려도
돋아나는 은밀한 혀 속의 잠언을,

사랑해, 사랑해, 나는 정말 숙주세포가 필요해

처음 본 바이러스를 사랑해 보았나 당신,
키스의 남방 한계선에 도달해 보았나
뜨거운 플루 키스, 39,5도의 임계점에서
캄캄하게 멸종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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