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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그늘

마흐의 띠*

by 너머의 새 2015. 9. 23.

 

 

 

 

마흐의 띠*/강영은


여우비에서 잠깐 떨어져 나온 햇살처럼 당신은 태양 속에 촘촘히 박혀 있는 새떼를 생각한다.

까맣다가 점점이 사라진 날개는 내일로 날아간 난해한 문장,

깃들이다와 길들이다 사이, 수식어가 절제된 날개는 모호하다.

어제를 죽지에 매달고 사라진 새들의 길거나 짧은 날개를 겨드랑이에 심는다.

나는 새벽에 울 수 있을까, 울음은 희부윰한 새벽을 복제할지 모르지만

어디로 어떻게 날아가는지, 묻지않는 날개는 모든 가벼움의 은유, 암묵의 종착지,

마음이 젖은 깃털을 탁란 하는 오후 5시, 모자에 맨 실크 리본이 어둡거나 밝게 빛나던 그 때,

당신은 새털구름이 지나간 하늘을 모자의 띠처럼 둘렀다 풀어 놓는다.



* 밝기의 대비현상(對比現象)의 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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