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修辭學/강영은
어둠 속 무심코 내딛은 발목이 거미줄에 포획 당했다. 그물코는 작아서 보이지 않고 그물은 너무 가늘어 소름이 돋았다.
누가 누구의 발목을 잡은 것인지 능동과 수동의 주체가 묘연한 순간을 미완이라 해야 하나, 해체라고 해야 하나. 눈높이가 다른 사랑이라 해야 하나, 이별이라고 해야 하나,
딱딱하게 굳은 발가락이 지층을 뚫었을 때 돌의 입 속에서 찾아낸 삼엽층 화석, 거미목, 거미 과의 문장에 대해 세계는 여전히 진화 중일지 모르지만
구석진 곳에 매복한 저 비유를 흑막(黑幕)이라 명명해도 되나.
불후의 명작은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듯 필생의 언어를 꽁무니에 매달고 죽어라고 꽁무니를 빼는 거미 한 마리,
먹이를 기다리는 입에 대하여, 똥구멍이 입이 되는 說에 대하여 거푸거푸 집을 짓는 불후의 수사법을 흥망이라 불러도 되나,
캄캄하다 시(詩), 천공에 그물을 펼친 흥망의 흑막이란 그런 것이다.
최초의 그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