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를 다시 읽다/강영은
수락산 기슭에 로마 나이트가 성업 중이다 봄바람을 붙잡고 현기증 사태를 일으키는 생강나무, 볼이 발그스레 물든 진달래, 앳띤 얼굴의 아카시아까지 지분 향기 날리며 부킹을 기다린다
별내면 오리집 비닐 장판 위에 앉은 사내들, 화투 패 돌리느라 그녀들 안중에 없다 산(山)을 따
라 마시던 일회용 종이컵 위 술잔과 입술 사이에 비밀이 있다'는 광고 문구가 입술 도장처럼 봄의 입술에 콱 찍힌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데 밤이 삼킨 거대한 굴헝, 로마 제국이 수락산 기슭까지 길을 낸 것
일까?
사랑엔 실패 했어도 부킹엔 성공한 로마 나이트,* 최고 수준의 질 좋은 고객만 모이는 밤이 성
시를 이룬 대낮, 가도를 따라 놀러 나온 행락객들이 비틀거리며 오리처럼 꽥꽥거리며 기슭을 헤
매는 동안 술에서 술잔으로 술잔에서 입술로 역사를 오독한 봄이 계곡 아래로 떠내려간다
수락산 기슭에 꽃 사태 인다
*광고 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