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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등 바다의 등

로마를 다시 읽다

by 너머의 새 2015. 10. 22.

로마를 다시 읽다/강영은

 

    

 수락산 기슭에 로마 나이트가 성업 중이다 봄바람을 붙잡고 현기증 사태를 일으키는 생강나무, 이 발그스레 물든 진달래, 앳띤 얼굴의 아카시아까지 지분 향기 날리며 부킹을 기다린다 


 별내면 오리집 비닐 장판 위에 앉은 사내들, 화투 패 돌리느라 그녀들 안중에 없다 산(山)을 따

라 마시던 일회용 종이컵 위 술잔과 입술 사이에 비밀이 있다'는 광고 문구가 입술 도장처럼 봄의 입술에 콱 찍힌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데 밤이 삼킨 거대한 굴헝, 로마 제국이 수락산 기슭까지 길을 낸 것

일까?

 

 사랑엔 실패 했어도 부킹엔 성공한 로마 나이트,* 최고 수준의 질 좋은 고객만 모이는 밤이 성

시를 이룬 대낮, 가도를 따라 놀러 나온 행락객들이 비틀거리며 오리처럼 꽥꽥거리며 기슭을 헤

매는 동안 술에서 술잔으로 술잔에서 입술로 역사를 오독한 봄이 계곡 아래로 떠내려간다

 

  수락산 기슭에 꽃 사태 인다

 

 *광고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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